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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주일아침 '라면 끓여줄께 여기 와라'는 친구의 카톡. 친구는 남편과 낚시를 하고 있었지. 강화 내게는 강원도 정선만큼이나 '생각거리 추억거리'의 장소이지. 벌떡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달려갔다. 김밥도 먹고 끓여주는 라면도 먹고 커피도 얻어먹는 호사를 누렸지. 그리고 '잉태'의 냄새도 맡았다. 생명을 품은 벼의 냄새는 내게 '환희'였다. 너른 들녘은 설레어울렁휘휘감은 엄마치마폭. 안개처럼 스미는 벼의 냄새는 엄마젖가슴냄새였다. 한없이 너른, 너무도 따스한 냄새였다. '밥냄새' AI가 세상을 변화시킨다해도 아이들에게 '밥냄새'를 줄 수는 없다. 엄마냄새와 밥냄새는 인생을 살아내는 가장 찐한 '엑기스자양분'임을 나는 안다. '대체불가'이다...

따스한..hearty 2021.08.23

세 가지 질문

역시 톨스토이는 멋지다. 그의 화려하고 풍부한 세부묘사로 이뤄진 대작들과 달리 건조한 문체로 씌여진 단편들이 좋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가 그렇고 '세가지 질문'은 더 간단하고 명료하니 참 좋다. 이제 時節은 가을로 간다하는데난, 아주 오래 전 젊었을 때 읽었던 톨스토이의 장편들로 다시 한번 빠져볼까나~~ 재밌는 게 또 하나 있다. 인간의 뇌는 얼마나 정확한지. 뇌의 기억력은 놀랍다 못해 경이로운 걸 난 썼던 글과 했던 말을똑같이 실수할 때, 정말이지 놀라고 또 놀란다. 13일에 2021년을 쓴다는 게 2018년이라 쓸 뻔했다. 그리고 조금 전 똑같은 실수를 하려던 나를 깨닫고 난 또 놀랬다. 뇌의 무서우리만큼 정확한 기억력..

따스한..hearty 202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