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들어온다.
안녕?
난 언제나 그렇듯 아이의 눈을 보며 할미의 맘으로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시작은 좋았다.
주민등록등본인지 초본인지 지금은 가물가물, 암튼 뗀다해서 도와주었다.
본인은 안나오고 딸만 나와야하는데 내가 알려준대로 하니 본인도 나왔다. 수수료는 500원이었다.
'미안합니다'라며 창구에서 다시 진행하라했고 어렴풋이 '저기서~~~'라는 엄마의 푸념같은 게 들렸다.
민원인이 가고 창구직원이 내게 다가와 조심스레 건넨다.
본인 것이 아닐땐 안나오니(무인발매기) 그럴 땐 우리(창구)에게 보내달란다, 아까 그분이 저기(나)서 된다했다고 말했다며. 그럴 수 있지...그렇게 말할 수 있지. 난 그것도 모르고 갈 때 올 때보다 더 살갑게 '안녕, 잘가, 안녕히 가세요'라 했고
그분은 외면했다.
그랬구나.
그럴 때 나의 '욱'이 나왔다.
아쿠 난 전지전능이 아닌데...500원을 줄 껄 그랬나...라며 애써 씩씩한 체 했다.
그런데 마음은 참 아팠다.
나였다면 이러지 않았을까라는 또 '나라면'을 생각하며 '차가와지기만 하는'세태가, 세상이 아팠다.
나였다면 내가 더 먼저 살갑게 인사하며 '본인 것 외에는 지문을 찍어야해서 안된다네요'라 전해주고
웃으며 갔을텐데...
그러면 '노여움'을 타게 되는 게 '노인'이라는 말을 맘에서 떨굴 수 있었을텐데...
이그
오늘도 난 내려가야 할 나이에 또 하나의 언덕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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