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hearty

라디오 듣다가 한 고백

리시안시스 2025. 7. 10. 22:49

아침이면 듣는 '아름다운 당신에게'

지금은 '정경의 클래식클래식'을 듣는다.

덩달아 힘이 생기게 하는 진행자의 활기찬 웃음소리에 끌려서.

얼마 전 '아당'을 듣다가 애청자가 보낸 글.

지난 토요일 아버지께서 아침이면 lp판을 올려놓으시고 큰 소리로 아침 기상나팔처럼 틀어놓으셨다는''''

 

초등학교(국민학교였다, 내겐)때 부자집 딸 은희가 피아노배우러 갈 때 따라가곤 했다.

그 은희는 나중에 첼리스트가 되었다.

난 엄마한테 피아노 가르쳐 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럴 만한 여유가 없음을 아니까.

 

그리고

내겐 LP판으로 클래시컬뮤직을 틀어주는 아빠 대신 남편없는 외로움과 삶의 팍팍함을 화투패를 떼시며 라디오로 가요를 듣던

엄마가 계셨다. 나의 엄마...

 

몇 년전 넷플릭스에서 더 크라운이라는 영국여왕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엘리자베스여왕이

카드로 패를 떼는 모습을 보며 내 맘이 말했다.

뭐 영국여왕도 패를 떼는구먼...’이라고.

어릴 적 엄마의 화투 패 떼는 모습이 부끄러웠던 나.

아주 멀리 소풍 가신지 7년이 된 지금 난 화투 패를 떼시던 엄마의 그 모습이

미치게 그립다.

 

그리고 지금

난 나의 음악적 소질-재능이다, 온전히. 나의 노력이 아닌-이 온전히

엄마의 것임에 너무너무 감사하고 있다.

노래를 어찌 그리 잘하냐는 소리에 어깨를 으쓱이던 내가 부끄럽다.

온전히 엄마로부터 받은 것인데.

사람들이 니네 엄마의 노래는 아무도 따라갈 수 없다라고 말했지만

엄마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는 나는 엄마가 얼마나 잘하시는지 몰랐다.

그러다

외할머니 환갑 때 사람들이 큰 딸이 엄니 환갑이니 한번만 불러보라하자

부르셨다.

 

그랬다. 정말 엄마의 노래는 그냥 엄마만의 노래였다.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그런, 정말 멋진 노래였다.

 

내 마음 속 깊이 계신 나의 엄마에게

고백한다.

 

......엄마의 삶은 내게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그 어느 작곡가의 음악보다 아름다운 것이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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