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모 딸, 사촌여동생, 채경이는 한 사람...
사람 하나에 붙여지는 호칭이 많은 사람은 몇개나 될까?
채경이 딸래미, 초등1년-말이 얼마나 무섭게 '습習'되는지, 이제 '국민학교'라는 말은 옛날 내가 다녔던 이야기할 때조차 입에서 나오질 않는다. 좋은 말만 나오게 계속 좋은 생각만 '습'해야지-가현이가 어제 놀러와서 과외용으로 쓰던 칠판에 이렇게 이쁘게 그림을 그려주고 갔다.
추석에 못와서, 아니 안와서, 막내이모부 싫다고-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난 어떤 이유로도 '안본다'라고 말못하고 안한다...맘 약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리 못하게 생겨났다...며칠 전 안과여의사가 나더러 '무슨 스트레스가 그리 많으세요?'라 물었을 때 난 말 못했다...말 할 수 없는 스트레스였기에...'안본다'가 관련된...-작년부터 이모집에 오지않은 채경이가 어제 청주에서 우리집으로 왔다...막내이모 밥 사준다고...
몸 불편한 이모는 언제나 개그시스템이 장착되어있다. 자동으로 이모는 개그시스템을 작동시켜 몸 성한 나를 웃게 해준다. 저녁먹으러 나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이모는 말했다. '니네 엘레베타 엄청 빨러' '아닌데. 느려~' '아녀 엄청 빨러. 내가 일층에서 타서 돌아서는데 벌써 6층이래. 엄청 빨러'
지팡이를 짚고 타고 문을 향해 돌아서는데 벌써 6층에 왔다고 빠르다는게 이모의 속도.
속도
내가 느끼는 속도
이모가 느끼는 속도
가 달랐다.
식당에서 이모가 채경이한테 말했다. 사는 거 별거 아녀. 세월 금방 간다. 엘레베타 타고 돌아서면 도착하는 것처럼
사는 것도 순간이여...라고.
알았다.
사는 거 그렇다는 거. 몸 불편해 지팡이 짚은 사람이 승강기 타서 돌아서는 시간만큼,
1층에서 6층가는 시간만큼 짧고
그 시간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삶도 아무 일 없던거라는 거
...
그리고 내게 있어
'안되는 일'은
'생각없이 마음없이', 그래서 '씀'도
없이 살아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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