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hearty

유치하여 달콤한

리시안시스 2020. 10. 6. 10:11

 

오늘 아침엔 끄적임으로 숨쉬기운동을 한다.

구찮아서

혼자 먹는데 뭘 차려먹어

그럭저럭 먹지

했는데

아니었다.

여자는, 요즘 젊은여성들이 아닌 우리시간대 여자들, 꼭 누굴 차려주며 맛난거 제대로 먹었다.

그리고 그게 행복했고.

 

이제 혼자.

세상이 온통 '나 혼자'로 돌아가기에 뭐 그닥 별날 것도 없지.

 

세상이 어찌나 잘 돌아가는지 쓱닷컴과 친해지니 사람많은 마트가는 거 싫어하는 나 먹을 것이 많아졌다.

냉동실이 채워지고

내 빈 위도 채워진다.

결벽증까진 아니어도 식당가서 꼭 수저젓가락을 주인장 몰래 살그머니 물컵에 담갔다 빼고 내 입으로 넣다가

이젠 별나다 소리들어도 코로나덕에 이해받는 행동이 된 수저갖고다니기가 편해졌다. 그런 내가 사먹는 음식을 사서 먹기 시작했다. 거기엔 대기업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다. 깨끗하게 하겠지 라는.

소량으로 음식을 만들면 맛이 없다. 탕 종류는 특히 그렇지. 그래서 어차피 냉동식품 먹을 바에야 내가 한번에 만들어서 냉동시켜 먹음 되지해서 그리하니 아침에 일어나면 술도 안먹는, 아니 못먹는 난데 얼큰한 국물이 당긴다. 아마 입맛이 아직 덜 돌아서일테지. 오늘 아침엔 콩나물김치국 한개를 꺼내 찬밥한덩이 넣고 달랑 먹었다. 맛나다...

그리고 배슬라이스두쪽, 커피한잔-우아한(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우아하다는 표현을 내가 쓰고있지? 벌써 나도 타인들에게 스며들었는가?  아니다...) 드립커피가 아닌 비닐봉지 맥심을 툭 털어넣은 커피-과 달달한 말린 바나나로 아침식사는 끝났다.

 

'등 따숩고 배 부르면 됐지'라고 못살던 외할머니 세대는 말했지.

지금 내가 그러하네.

차가운, 보일러를 돌리기엔 이르기에, 실내공기로 반팔위에 맨투맨티를 걸치니 등이 따숩고

콩나물김치국밥 커피 배 말린바나나, 4가지나 먹었으니 배도 부르다...

그러니

된 것일까?

.................

전화벨이 울렸다. 매일 전화해주는 사촌동생인가 했더니 이모다.

'너 내일 병원갈 때 택시타고 가라구 5만원 보냈다'란다. 내가 차 안가져간다 했단다. 내가 그랬어? 물으니 너 왜그러니, 검사하면 몇시간 어지러워 운전못한다구 안과에서 문자왔잖어 한다. 맞다. 그랬지. 난 이렇게 늘 덜렁인다. 잘 못 챙긴다. 그래서 이모는 나더러 쓸데없는 것만 기억하구 진짜 기억할 건 모른다구 가끔 퉁박을 줬다...이모만 그런게 아니다. 아들도 엄마는 너-무 세상물정을 모른다구했구, 아들아빠도 수학공식을 알면 모하냐,,,돈계산도 잘 못하궁 하며 퉁박아닌 사랑스런 구박을 줬었구,,,과외학생 현지도, 현지엄마도...그러고보니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은 대개 그렇게 나를 보구있었네...

언젠가 내가 아들에게 그랬지. 엄마가 모르니까 언제나 돕는 손길이 있어. 그분들은 각기 전문가여. 오늘 내이모는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나를 도와줬다...못살면서...쬐그만 빌라살면서...몸도 불편하면서...언제나 두살 많은 이모는 내겐 '엄마대신'이다...오늘 아침엔 그 어느 청정공기보다 수백배 청정한 공기가 내 몸을 한바퀴 싹 돌아준다...이모의 5만원 사랑의 엄청난 효과다. 트럼프가 투여받은 렘데시비르보다 더 더 큰 효과다...

맨날 하나님한테 울 이모 큰집 사주게 복권당첨되게 해달라는데, 나도 좀 큰집에 살고픈 내 욕심이 살짝 들어가서일까

로또가 잘 안된다...쫌만 지둘려 내가 이모 큰집 살게 해주께 라고 맨날 큰소리치는데...

올 추석에 쫌 화냈었지...몸 불편한 이모 의류건조기사주려 김치냉장고 두개니까 한개 치우면 그자리에 놓을 수 있게 치우면 안되냐니 이모부가 안된다해서 맨날 먹는 것만 중요하지 마누라 힘든거 생각안하시네 라고 이모한테 화냈었지...결국 건조기는 물건너 갔고...덕분에 난 돈 굳은 셈이 되어버렸는데 맘도 굳었다...

그러니 이모에겐 먼저 큰집이 필요하지....

....................................

다시

등 따숩고 배 부른 이야기로...

 

가끔 확 올라오는 것들이 있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그런데

맘 가다듬으면

그 자리로 '감사'가 들어온다.

너무 너무 '풍족'했던 그 시간, 난 감사못했었다. 나 잘나서인줄 알았지...내 복인 줄 알았지.

그럼 지금의 '부족'함은 딴 사람 복이었던가...아니지...'내 탓'이지.

잃어버린 후에 찾은 '감사'다.

 

등 따숩고 배 부름이 이렇게 '감사'한 건 줄을 그땐 몰랐지...

....................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네...제목은 유치하여 달콤함이었는데.

 

타인의 책을 읽다 요즘엔 내가 써놓은 것들을 본다. 근데 참 유치한 것들이 있는데 어찌나 달콤한지...

원래 둘만의 달콤함은 유치할 수록 더 달콤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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