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으로 이리저리 돌리다 만난 보배같은 드라마
참으로 시끄러운 세상이다
예전엔 우리동네 이야기만 알고 알콩달콩 살았는데
이젠 뱅기타고 열몇시간씩 가야하는 동네구석탱이까지 알고 시시 콜콜 참견하고 흉보고 부러워한다
정녕 알아야 하는 내 이웃의 안타까움은 몰라도
몰라도 되는 그 먼나라 이야기는 어찌 그리도 잘들아는지
영어를 좋아하는 친구하나는 우리나 라 뉴스는
안본단다
cnn뉴스를 본다네
그럴 수 있지 뭐
이젠 누가 뭘해도 ‘그럴 수 있지 뭐’라고 슬그머니 밀어버릴 나이가 되어있는 내가
조금은 편하다
그런데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난 아파트여자들하곤 가까이 지내지 않어
라고 말하는 이들을 좀 많이 봤다
근데 그 소릴 듣는 내 속이 거북했다
‘너도 그들이 볼 땐 아파트여자야’
그 말을 하는 이들의 마음속엔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 껄끄러운 면도 있겠고
얼키고설키는게 귀찮은 것도 있을테고...암튼 그 말이 난 참 아프고 쓰리다.
‘이웃사촌’인데.
이젠 이웃은 소음을 일으키는 대상으로 변했다
처음 아파트에 살 때 난 10층이었고, 우리집은 늘 사람들도 벅적벅적했다
그럴때면 베란다에 대로 11층 한국이네로 큰소리내어 말했다
‘한국아 미아---ㄴ’이라고
그렇게 우리집 소음은 나의 미안이란 소리 한마디로 무마되던 1990년대였다
2050이 되고 이젠 3050이라 하리만큼 돈은 참 많아졌는데
이웃을 아끼고 챙기는 마음은 점점 오그라들어간다
‘난 일용엄니야’라면서 쉽게 쉽게 옆집문을 두드리며 ‘우리 집 문은 거적문이야 언제든 쓱 밀치고 들어와’라 말하던 나였는데
지금은 나도
문 잠그고 마음도 움키고 사네...
이부자리 탈탈 털어 내버리면 끝인 잠자리 소독
며칠 전 내가 말했다
우리세대가 그래도 젤 행복했던 거 같아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누리지 못했던
세탁기도 써보고
청소기도 써보고
티비는 방마다 놔보고
누릴 것 참 많이 누려봤네요. 세계 여행도 거리낌없이 다녀봤고. 물론 내가 그렇게 해본건 아니지만.
요즘 내가 누리는 마음의 희락이다
‘전원일기’를 봄은.
다시 틀어주는 선택을 한 누군가에게 ‘감사하다’
그런 김에 ‘초원의 집’-잉걸스집안의 따스한 이야기-도 방영해주면
순대라고 사서 들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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