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외할머니댁 장독대가 생각난다
바가지에 물을 떠다 휘-ㄱ 뿌리시곤 뽀드득 소리나도록
닦아내시던 장독대
그리고 장독대는 밑으로 물이 새도록 돌을 돋우어 만들었다
햇살 쨍한 날 장독대는
쨍하니 빛났다
장독 둥근 선을 따라 비치는 빛깔은 참으로 묘하고 아름다왔다
가을하늘 구름 가상자리-전라도시골말-빛이었을까
바다푸른파도 끝자락 빛이었을까
나의 표현은 그 빛을 말하지 못한다
할머니는 얼마 안되는 세간살이를
닦고 붙이고 꿰매시며 아끼고 소중히 하셨다
없어서가 아니라 소중해서
'물자가 흔해져서'라고 어른들이 하시던 말이 생각난다
너무 많은 물건들
사고 사고 또 사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공간들
언제부턴가 내가 많은 것들을 갖고 있구나 싶어
사는 거 줄이고 있는거 유용하게 다---쓰려한다
이게 나이듦의 자연스런 모습이려니
그리고 할머니 장독대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내 공간에 자리한
물건들을 닦아가며
살아갈 날들을 '맑게'
아침에 양념통들을 닦다보니
기름때가 묻어 끈적였다
내 삶에 묻어 진득진득 끈적이는 것들 닦아내듯
닦아내었다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있는 깨소금처럼
반딱반딱-이건 외할머니가 내게 쓰시던 표현-하게 닦여진 통안의 깨소금처럼
내 마음도 고소한 향내를 품어가리라
.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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