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hearty

닦아내고 간직하고

리시안시스 2020. 5. 27. 17:28

가끔 외할머니댁 장독대가 생각난다

바가지에 물을 떠다 휘-ㄱ 뿌리시곤 뽀드득 소리나도록

닦아내시던 장독대

그리고 장독대는 밑으로 물이 새도록 돌을 돋우어 만들었다

햇살 쨍한 날 장독대는

쨍하니 빛났다

장독 둥근 선을 따라 비치는 빛깔은 참으로 묘하고 아름다왔다

가을하늘 구름 가상자리-전라도시골말-빛이었을까

바다푸른파도 끝자락 빛이었을까

나의 표현은 그 빛을 말하지 못한다

 

 

할머니는 얼마 안되는 세간살이를

닦고 붙이고   꿰매시며 아끼고 소중히 하셨다

없어서가 아니라 소중해서

 

'물자가 흔해져서'라고 어른들이 하시던 말이 생각난다

너무 많은 물건들

사고 사고 또 사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공간들

 

언제부턴가 내가 많은 것들을 갖고 있구나 싶어

사는 거 줄이고 있는거 유용하게 다---쓰려한다

이게 나이듦의 자연스런 모습이려니

그리고 할머니 장독대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내 공간에 자리한

물건들을 닦아가며

살아갈 날들을 '맑게'

 

아침에 양념통들을 닦다보니

기름때가 묻어 끈적였다

내 삶에 묻어 진득진득 끈적이는 것들 닦아내듯

닦아내었다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있는 깨소금처럼

반딱반딱-이건 외할머니가 내게 쓰시던 표현-하게 닦여진 통안의 깨소금처럼

내 마음도 고소한 향내를 품어가리라

 

 

.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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