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hearty

step back

리시안시스 2020. 12. 15. 11:32

빨리 가지 말아야지

천천히 가야지

그리고

살짝 뒤로 물러서서 봐야지

햇살이 좋아서 베란다 버티칼을 걷어내고 내 행복을

다...

 

 30년 가까이 되었겠다. 동네 아낙들과 벤자민과 철쭉을 해마다 사들이던 일이.

어찌하여 난 그리도 화초를 못가꾸던지. 해마다 죽이고 또 사들이고...그런데 딱 하나 이것만은 그때부터도 내가 유일하게 죽이지 않는 것이었다...그리고 난 꼭 흙이 아닌 물에 담가둔다...꽃집에서도 아마 젤 싼 화초일찌모른다. 근데 내겐 젤 좋은 풀이다...꽃이 없으니 '풀'이겠다...그래도 난 니가 좋다...이사다녀 위치가 바뀌고 남들이 달라하면 조금씩 꺾어주어 모양새는 달라져도, 욕실 부엌 방 마루 어디에 놓아두어도 잘 살아주는

네가

좋다...

아 그리고 사람들이 그랬다...이집은 왜 이리 안자라? 다른 집은 빙빙둘러 자라던데 내집것은 진짜 마디지게 자랐다. 아니 거의 안자라는거 같았다...주인 닮아 안자란다는 우스개소리도 들었지...

VIEW?

전망이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내집은 비싼 동네도 아니고 더구나 내집은 6층이어서 뭐가 딱히 보이지 않는데

오늘 나는 나 좋아하는 하늘을 본다. 옛날아파트라 베란다샤시가 허술해 추웠던지 이전에 사시던 분이 붙여놓은 뽁뽁이 자국때문에 명쾌하게 보이진 않아도 최고의 전망인 '하늘'을 보며 지금 난 내 행복을

촘촘히 길쌈한다.

 

누구로 인해 기뻐하지도

누구로 인해 슬퍼하지도

내가 짓고 지은 그 옷으로 가리고 치장하고

이쁘게

곱게

잠잠히

매일

지으며 살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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